오랜만에 에르메스에서 독특한 라인의 새 향수가 출시되었다. 판매하자마자 국내에서 품절이 될 만큼 지금은 조금 구매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 해외출국이 잦은 탓에 면세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했다. 백화점 에르메스 매장 가는 50ml 152,000원, 면세점은 119달러로 환율을 생각하면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한 편인 것 같기도.
에르메스 카브리올은 에르메스에서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어린이용 향수이다. 어린이 향수로 출시되었기때문에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만 3세 이상부터 특별한 알레르기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어린이 느낌하고는 조금 거리가 많이 먼 것 같은 느낌이다.
향수 패키지 사진을 이렇게 열심히 찍은 적은 사실 없는 것 같기도 한대. 에르메스의 다른 향수 라인과 비교해서 상당히 패키지가 에르메스 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기존에 에르메스 패키지는 오렌지 케이스가 아니라 에르메스 로고만 가리면 에르메스 향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패키지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이 라인은 상당히 정체성을 에르메스 원래 패키지 디자인에서 가지고 오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이 향수라는 이름 답게 사면에 다 다른 아이가 놀고 있는 일러스트로 에르메스의 상징인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비닐과 일러스트 띠를 벗겨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에르메스 오렌지 박스가 나온다. 크기가 작긴 하지만 역시나 여자라면 이 오렌지 박스에 설렐 수밖에 없다. 비록 향수지만 향수 라인에서 오렌지 박스라니 박스마저 영롱해 보이는 건 왜일까.
안에는 두툼한 더스트백이 한번 더 있다. 보통 에르메스 여행용 패키지에 들어있는 파우치와 동일한 소재이다. 지금까지 향수 리뷰중에 가장 열심히 패키지 사진을 찍은 것 같다.
플루티플로럴의 가벼운 느낌의 메인 어코드를 가지고 있지만 여간 고급스러운 어린이가 아니고서야 이 느낌은 여리여리한 소년/소녀 느낌의 어른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Christine Nagel)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구현했다고 하는데 어린이 향수의 대부분 지배적인 베이비파우더향을 좀 더 새로운 시선으로 만들어 보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디 한 느낌이 있는 걸까?
Top Notes
Honeysuckle
Middle Notes
Osmanthus
Base Notes
Sandalwood
전체적으로 파우더리한 마무리감을 가지고 있지만 달콤하면서 향긋한 꽃향을 가지고 있다. 샌달우드가 베이스 노트로 자리 잡고 있지만 아주 미약하게 자리만 차지할 뿐 존재감은 없는 느낌이다.
어린이 향수라서 그런지 알코올 프리 향수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처음 착향할때의 알코올이 날아갈 때 느껴지는 쨍한 느낌의 탑노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부터 이미 한두 시간 지난 후 맡을 수 있는 잔향이 시작되는 느낌으로 은은하고 잔잔하게 시작해서 흔적도 없이 마무리된다.
어린이 향수라고는 하지만 은은한 꽃향과 처음부터 잔향스러운 소피한 파우더리 느낌이 세련된 분위기를 가질 수 있어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게 매우 어울릴 것 같고 알코올이 함유된 향수가 부담스러운 아기 엄마에게 출산 선물로도 그럴듯 하게 어울릴 것 같다.
향기 자체가 특별하기보다는 무난하고 대중적인 편이여서 누군가 선물해 주면 좋을 것 같은 아이템이라고나 할까. 에르메스 치고는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하지만 역시 알코올 프리 이기 때문에 지속력이 굉장히 매우 낮은 편이다. 착향 하는 순간 증발해 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에르메스의 대부분의 향수가 지속력이 아쉬웠던 것을 고려한다면 파우치에 넣고 다니면서 서너 시간에 한 번씩 뿌려줘야만 할 것 같다. 호불호가 거의 없을 듯해서 선물용으로 추천하고 싶은 향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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