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갑자기 날씨가 따듯해지니 시원한 계열의 상큼할 것만 같은 시트러스 향수의 시대가 온 것 같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라고는 하지만 요즘 같이 이상기온이 자주 찾아올 때는 확실히 봄이 짧아지고 곧 여름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시즌에 어울리는 르라보의 비교적 호불호의 격차가 작다고 할 수 있는 남여공용 젠더리스 향수를 소개하겠다. 사실 베르가못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향이라 대부분 향수는 물론이고 라벤더나 장미향만큼이나 베르가못 하면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베르가못 자체의 향(자연 그대로의)이 어떤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베르가못은 익히 인공적인 화장품이나 향수, 디퓨저 등에서 주로 많이 겪어 봤기 때문이다.
라벤더 향만큼이나 다이소 디퓨저 코너에 가도 베르가못 향을 구현해 놓은 제품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대중적인 느낌이라 그런지 각 향수 브랜드에서는 대체적으로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는 물론 그 외 계열까지 다방면으로 베르가못을 내세운 이름의 향수들이 많이 출시되어 있고 그중에 단연 돋보이는 이름은 르라보의 베르가못 22이다.
르라보 향수에는 네임 옆에 숫자가 붙는대 이는 그 향수에 들어간 향료의 개수를 뜻한다. 덧붙여 르라보의 네이밍에는 대표 재료의 이름을 붙이는데 이는 향에 대한 주관적인 이미지를 브랜드가 사용자에게 전달하기보다 향수를 즐기는 사람 스스로가 느끼고 정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두고자 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한다.
나는 르라보 향수를 모두 면세점에서만 구입해 봐서 실제 매장에서 어떤 형태로 라벨이 만들어지는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라벨이 일정하지 않은 무언가 수작업인 느낌이 나는 것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라벨에 새겨서 선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에서 구매한다면 보통은 메시지 카드와 함께 병에 이름이나 기념일 등을 프린트해서 나만의 라벨로 붙인 후 포장해 주는 형태이다.
베르가못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가? 향수의 탑노트로 흔하게 쓰이는 비터 오렌지와 레몬의 교집합으로 만들어진 품종이 베르가못이다. 말 그대로 상큼에 새콤을 더한 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트러스 계열은 대부분의 향수가 그러하듯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발해 버리는 단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여름에 가장 많이 찾게 되는 것이 시트러스인대 빨리 증발해버리지 않는 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땀과 섞여버린 텁텁하고 짜증 나는 냄새가 돼버릴 것 같지만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중간 지점에 우디 함과 머스크의 센슈얼한 느낌을 담아낸 것 같다.
르라보 베르가못22의 수색은 다른 르라보 향수들과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투명에 가까운 색을 지니고 있지만 르라보 향수 중에서도 유독 레몬빛이 감도는 컬러를 가지고 있다.
Fragrance Notes
Bergamot
Vetiver
Grapefruit
Orange Blossom
Petitgrain
Musk
Cedar
Vanilla
Amber
향은 탑 미들 베이스 노트 구분 없이 하나의 노트로 구성되어 있는대 노트 구성만 보더라도 굉장히 상큼한 재료로만 들어있다. 자몽향이 많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자몽보다는 베티버의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재밌는 것은 베르가못이나 베티버나 자연 그대로의 원물 효능이 모기 같은 해충을 쫒는 효과가 있는 식물이라는 것. 여름에 그야말로 어울린다고 해야겠다.
잔향에 아주 아주 미세하게 우디향이 느껴진다. 젠더리스 향수라고 해도 생각보다 한쪽으로 치우쳐져 느껴지는 향수들이 많은 편인대 베르가못22는 비교적 중립을 아주 잘 지킨 향수라고 할 수 있겠다. 남자가 뿌려도 여자가 뿌려도 양쪽 다 어울린다. 특히나 요즘 같이 갑자기 따듯해진 날씨에는 상큼함으로 시작하지만 은은하게 스위트한 우디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여름까지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향수 일 것 같다.
시트러스 향수인 만큼 퍼퓸이라 할지라도 오드 뚜알렛처럼 지속력은 약하지만 베르가못 향료를 내세운 향수 중에서는 꽤나 지속력이 길다고 할 수 있겠다. 청바지에 흰 티, 와이셔츠에 블랙 슬랙스 같은 꾸미지 않은 심플한 그대로의 스타일이라면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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