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창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세계가 멈쳐있던 시즌에 향기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에스티로더에서 럭셔리 프래그런스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갈색병이나 떠오르던 화장품 브랜드의 많고 많은 향수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관심도 없었다.
이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각종 인플루언서나 향수 동호회에서 시향 이벤트를 하면서 나눠준 샘플이 드림 더스크와 레디언트 미라지 였는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과는 달리 드림 더스크는 흔히 느낄 수 있는 프루티한 샴푸 향이였고 레디언트 미라지도 어디선가 익숙한 패츌리 향이였다. 아마 추측컨대 가장 호불호가 적으면서 대중적인 향으로 홍보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실망감에도 이 컬렉션의 조향사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스티로더의 럭셔리 프래그런스 컬렉션은 총 8가지 향으로 그중에 단연 눈에 띄는 조향사가 있었는데 도미니크 로피옹(Dominique Ropion), 조향사 중의 마스터라 불리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로피옹이 에스티로더에...? 라고 향덕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되었었다. 참고로 도미니크 로피옹은 IFF에 등록된 원로 조향사로 니치향수 브랜드인 프레데릭 말(Frédérique Malle)의 유명한 제라늄 뿌르 무슈,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등을 만든 니치향수계의 스타 조향사라 불린다.
아무튼 나는 시향도 해보지 않고 오로지 도미니크 로피옹이 조향 했다는 그 텍스트 한 줄을 읽고 문제의 이 향수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아 그런데 구매하고 보니 내가 굉장한 실수를 한 것 같다. 이것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페퍼 그리고 Pepper다.
Top Notes
Sichuan Pepper
Middle Notes
Madagascar Vanilla
Base Notes
Leatherwood
처음부터 약간은 매캐한 미세먼지 같은 후추의 향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스파이시계열을 좋아하지 않는대 서서히 옅어지긴 하지만 확실한 엠버 스파이시 향수라는 존재감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뿜어내고 있다. 거기에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를 가죽 소파에 엎은 것 같은 달달함이 끊임없이 올라오는데 한두 시간 정도 지나야 달달함에서 아주 희미하게 우드향이 느껴진다.
메인어코드에 파우더리가 있는대 글쎄. 스파이시와 바닐라가 너무 막강해서 그런 느낌이 있었는지 예민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정도다.
에스티로더 인피니트 스카이는 해질녘 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수라고 하는데 처음에 이름만 들었을 때는 스카이인대 왜 수색이 푸른 계열이 아니지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설명을 보고는 수색이 노을색인 것에 납득이 갔다. 향기로 여행을 하라는 컨셉답게 만든 네이밍 같은데 그렇다면 이 향기로는 중동을 여행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자신감 넘치는 관능미의 모험가 컨셉이라고 해야 하나? 거의 니치향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호불호가 강할 것 같은 스파이시함에 나처럼 블라인드로 들였다가 깜짝 놀라지 말고 시향을 꼭 해보길 바란다.
지속력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에스티로더 향수 중에 가장 길 것 같다. 광고로는 12시간 지속이라고 말하고 있는대 거의 흡사하다. 정말 오래 가는데 탑노트가 너무 강렬한 탓에 착향 후 반나절 이상 지나야 잔향이 진정되는 느낌이다.
20대보다는 30대 이상의 연령에게 추천하고 싶고 스파이시 계열이라 더운 느낌이 나기 때문에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 사용 가능하지만 바닐라 기운 때문에 쌀쌀한 기운에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섹시하게 차려입은 칵테일바나 클럽 같은 밤의 기운이 생각나는 이미지다.
확산력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출퇴근용으로는 적합지 않지만 이성을 만날 때는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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