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가보고 싶던 곳인대 일단 웨이팅이 길다고 해서(나는 웨이팅 하는 맛집은 지양하는 편) 시도하지 않고 있다가 웨이팅을 걸어 놓고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2차로 가면 적당하다는 인터넷 꿀팁을 보고 도전해 봤다.
정시 퇴근하고 갔기 때문에 아직 밝지만 역시 외관부터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주신당, 저 고양이 불상(?) 있는 곳을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키오스크로 대기예약을 할 수 있다.
원래 여섯 시 이십 분쯤에 대기를 걸어놓고 다른 장소에 가있었는데 너무 빨리 입장 순서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조금 당황해 버려서 일단 대기를 취소하고 이 정도면 소문만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앞에 볼일을 보고 다시 대기를 하기로 했다.
다시 일곱 시 반쯤에 와서 대기를 했는데 우리 앞에 3팀정도 대기 중이었는데 금방 또 호출될 것 같아서 주변을 배회하면서 기다렸다. 이때 사실 엄청 배고파서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웨이팅 맛집을 잘 못 기다리는 편이다.
괜히 기다리면서 밖에 외관도 하나씩 찍어보고 그랬다. 여기 분위기가 영화 곡성 같다고 하는데 영화는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직 주변이 밝은데도 조금 으스스한 느낌은 있었다. 저 고양이 불상을 밀면 들어가는 입구라서 사람들이 허리를 숙여 대기예약을 걸기 위해 드나드는 모습을 구경했다.
드디어 입장, 안에는 밖의 으스스한 외관과 달리 굉장히 몽환적인 분위기인대 화려하면서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공간이 넓지는 않았지만 층고가 높은 편이라서 개방감이 조금 느껴졌다.
들어가자마자 바자리에 나란히 비워져 있어서 우리가 앉을자리인 줄 알았는데 우리는 룸으로 안내받았다. 바자리에 앉으면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웠다. 저 화려한 조명에 우리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혹시나 해서 문의해 봤는데 바자리는 2인만 앉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3인이라 룸으로 안내받은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아늑하게 우리끼리 이야기하기에도 좋았던 것 같다.
무슨 동굴 같은 콘셉트이라서 엄청 어두워서 핸드폰 카메라 노출을 과하게 해야 겨우 보일 정도였다. 무엇보다 저 뒤에 불상 같은 것이 너무 시선 강탈이라 모든 사진에 등장한다. 신경 쓰이지만 어쩔 수 없다.
굉장히 어두워서 촬영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괜히 룸 너머로 보이는 바자리에 미련이 남기도하고. 다음 방문에는 꼭 둘이 와서 저기에 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종이 생각보다 흔들면 소리가 커서 아주 살짝만 흔들어야겠다. 콘셉트에 충실하게 룸에서 주문하기 위해 부르는 것도 이 종을 흔들면 된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사실 일행 모두 파워 J라서 뭐 먹을지 인터넷으로 미리 보고 왔다. 아무래도 메뉴판에 간략하게만 나와있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사전 답사 해가야 된다. 칵테일은 십이지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간단한 설명이 있어 메뉴 선택에 도움을 준다. 물론 우리는 철저하게 외관을 보고 결정한 것 같지만.
가장 먼저 나온 양, 우리가 주문한 칵테일 중에 가장 도수가 약했다. 솜사탕이 베이스라서 굉장히 달달하고 부드러운 칵테일.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주량이 낮은 사람이 도전하기에 좋은 것 같다.
내가 주문한 돼지, 평소 산미를 좋아하지 않아서 선택했는데 위에 마시멜로우와 돼지바 아이스크림의 크럼블 같은 것이 있어서 굉장히 달았다. 알코올 도수는 센 편이라서 강하면서 엄청 단 칵테일의 느낌? 술이 약한 사람이라면 단맛에 현혹돼서 마시다가 금방 취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아님)
인터넷으로 봤을 때 원숭이가 가장 화려했던 것 같은데 가장 심플한 비주얼이었다. 칵테일 설명해 주시는 분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내 취향에 맞는 맛이었다. 바디감이 낮아서 그런지 청량한 편이었고 달지만 과하지 않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만 아쉬운 건 저 잔이 칵테일이라고 하기엔 마시기가 굉장히 불편한 편이어서 여성의 경우 두 손으로 들고 마셔야 하고 술을 마시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 잔이지 않을까? 찻잔 같은데 좀 큰 편이라서 사진 촬영용으로는 좋은데 마시기엔 조금 불편했다.
기본 안주로는 과일야채칩이 나온다. 달달한 칵테일과 달달 짭조름한 야채와 과일칩이 생각보다 괜찮은 조합이었다. 물론 매우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칵테일 전문점이라 안주는 솔직히 큰 기대 안 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퀄리티가 좋았던 안주였다. 닭강정인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닭강정과는 맛이 조금 달랐다. 동남아의 맛이 느껴진다고 해야 되나. 이게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데 평소 먹던 달달매콤의 맛에서 살짝 고급스러우면서 이국적인 소스 맛이 느껴졌다. 어쨌든 굉장히 맛있으니 추천. 생각해 보니 여기 안주들이 대체로 칵테일보다 저렴한(?) 편이다.
구운 치즈와 베이컨, 토마토의 만남, 절대 실패가 없을 것 같은 조합이다. 구운 치즈가 생각보다 두툼하게 있어서 풍미가 있었고 칵테일 말고 맥주나 와인이랑 먹어도 어울릴 것 같은 대중적인 맛이었다. 바닥에 소스도 굉장히 어울림.
이건 내가 시키고 싶어서 주문한 메뉴, 주신당 입구에 있었던 그 고양이를 디저트로 표현했다. 맛은 중요하지 않고 비주얼만으로 충분히 호기심을 불어 일으켜서 주신당에 방문한다면 한 번쯤 먹게 되는 메뉴 같다.
문제는 내가 너무 배가 고픈데 음식이 다 나올 때까지 건들 수 없었던 것.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바나나칩만 몰래 몇 개 빼먹었다. 다들 먹으라고 해놓고 핸드폰 카메라를 끄지 않아 먹을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고.
먹으면서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나중에 디저트로 먹어야지 생각한 고양이가 뭔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이거 너무 오래 방치하면 안 되나 보다. 그래서 처형식(?)을 간단히 남겼다.
엄청 촉촉한 무스였던 것 같은데 맛은 양갱 같은 맛이었다. 단지 안에 살구잼과 함께 먹으라고 했지만 그냥 먹어도 괜않았다. 디저트 치고 가격이 좀 있는 것 같지만 이곳의 시그니처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굉장히 디테일한 모양에 합리적인 소비였다고 스스로 합리화 중.
중간에 화장실 다녀온 일행이 찍어다 준 사진, 화장실이 이렇게 화려하고 유니크할 일이냐고. 복이라는 글자가 인상 깊다. 나도 한번 화장실에 다녀올 걸 그랬나?
맛있게 먹고 웃고 떠들다 보니 지하철 막차 시간이 염려되기 시작했다. 다음번 모임에는 알람 맞추고 헤어지자고. 셋이 모일 때마다 눈물 날 정도로 웃고 이야기하느라고 언제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린다.
계산하고 나오니 들어갈 때와 달리 어두 컴컴해져서 조금 더 많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관이었다. 저 출입구에 들어갈 때 머리를 이미 한번 부딪쳤는데 나올 때는 직원분이 머리에 손을 대주셔서 안전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밤이 깊어지니 우리가 들어올때와 달리 웨이팅이 20팀 정도 더 있었다. 웨이팅이 걱정된다면 이른 시간에 방문한다면 비교적 쉽게 앉을 수 있는 것 같다.
이색적인 인테리어와 화려한 칵테일, 정말 맛있는 안주들, 친절한 설명과 서비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주신당, 조만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다음에는 룸이 아닌 바 자리에서 칵테일 만드는 모습을 보며 즐겨보고 싶다.
도쿄 신주쿠 맛집 추천 우나기 히츠마부시 전문점 아카사카 후키누키 Fukinuki 赤坂ふきぬき 장어덮밥 신주쿠 다카시마야점 (0) | 2023.06.26 |
---|---|
도쿄 신주쿠 맛집 야키니쿠 돈돈 가부키초점 焼肉どんどん (0) | 2023.06.25 |
레트로 감성 을지로 신상 하이볼 맛집 코너숍 CORNERSHOP (1) | 2023.05.21 |
을지로 신상 추천 인쇄 골목에서 만나는 작은 일본 이자카야 로바타카미 (0) | 2023.05.20 |
을지로 신상 맛집 술집 카린지 린가네 스넥바 을지로점, 시티팝이 어울리는 일본 감성 경양식 가츠 카레 KARINJI KATSU&KARE RINGANE SNACK BAR (13) | 2023.05.1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