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방콕 만큼 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있는 곳이 있을까. 같은 호텔 체인이라도 가격 대비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퀄리티를 기대해도 좋은 곳이 아마 방콕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다른 동남아 지역과 비교해 봐도 같은 5성 호텔 체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서비스의 질이 다르기 때문. 코로나로 한동안 국내에서만 파인다이닝을 즐기다가 큰맘 먹고 방콕에서 미슐랭 2 스타를 받은 르 노르망디를 방문했다.
르 노르망디는 방콕의 럭셔리 호텔 체인중에 하나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에약할 수 있다. 예약금은 현지화로 2인 기준 4000바트(한화로 약 15만원정도)를 미리 카드로 지불해야 예약이 된다.
예약이 완료되면 드레스코드등의 안내 메일이 발송되는대 런치라 그런지 특별히 엄격하다는 느낌의 복장은 아니었다. 실제로 운동화 신은 다른 고객도 있었고 상반되게 파티에서나 입을법한 드레스복장을 입고 온 고객도 있었다.
런치는 12시부터 시작인대 예상보다 많이 일찍 도착해서 로비에서 잠깐 앉아 있었다. 로비내 생화 장식이 곳곳에 있어서 싱그러운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로비에 도착해 르 노르망디 위치를 인셉션에 가서 물어보면 잠시 후 직원이 와서 레스토랑까지 에스코트해준다.
생각보다 레스토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위치가 꽤 먼 편이어서 걸어가면서 호텔 내 입점해 있는 상점들을 지나치면서 구경했다. 다른 호텔과 차별화되었다고 느낀 것이 생화 장식이 상상이상으로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하면 짐이 있을 경우 보관해 준다. 아침에 카페에 잠깐 들러서 간단한 쇼핑을 했던지라 짐을 맡기고 입장했다. 12시가 런치타임의 시작이지만 그보다 15분 정도 먼저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한 탓에 레스토랑 내부를 사람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뭔가 규모가 작다는 느낌의 전체적인 모습이었다. 아마도 연식이 오래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강을 따라 2인석 위주의 자리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야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낮시간은 좋게 말하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해야겠지.
방콕에는 수많은 미슐랭 레스토랑이 있는대 이곳을 고른 이유는 1. 코스요리일 것(적어도 2 스타를 받아야 코스요리가 제공되는 레스토랑이 많다) 2. 양식일 것(로컬푸드는 솔직히 고급 파인다이닝보다는 현지맛집 가서 먹는 것이 합리적임) 3.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미 한국에 꽤 많은 리뷰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장됨)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비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디너보다는 런치로 예약했다. 미슐랭 파인다이닝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런치로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런치 코스는 3코스와 5코스가 있는대 3코스는 1인 2950바트(한화로 약 11만원)이지만 여기에 서비스차지가 추가로 붙기 때문에 1인 약 13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태국은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가 자율로 변경되었지만 아직까지도 현지인들은 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자리에 앉으니 종이로 된 마스크 보관함을 주었다.
테이블 세팅이 예뻐서 찍고 싶었지만 앉자마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세팅을 변경해 버리시기 때문에 사진은 찍지 못했다. 솔직히 사진촬영 할 때 아직까지 초보 블로거라 굉장히 주변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라 여기서도 그렇게 만족스럽게 촬영하지는 못했다.
자리에 앉고부터는 주머니에 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장거리를 가야 하는데 택시를 탔을 때 기분 마냥 정신을 바짝 차리고 no thanks를 외쳐야 하는 시간이 온다.
어쨌든 자리에 앉으면 첫 번째 관문, 스파클링워터를 마실지 미네랄워터를 마실지 물어본다. 솔직히 유럽에 갔을 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이라 이것이 당연하게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추가되는지 두 개 가격차이가 어떤지는 물어보기 난감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냥 스파클링 워터를 주문했다.
세심하게도 스파클링워터에 레몬을 추가할지 라임을 추가할지도 물어본다. 나는 라임이 취향이라 라임을 추가했다. 다행히 이것에는 추가금이 붙지 않는다. 스파클링워터는 보틀로 테이블 위에 두지 않고 별도의 다른 테이블에 두고 내가 다 마셔버리기 전에 어디선가 나타나서 채워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두 번째 관문, 저렇게 와인이 가득 든 박스를 가지고 오신다. 이날 추천하는 식전주를 열심히 설명한다. 물론 영어라서 절반쯤은 영어 듣기 평가하는 마음으로 들었고 절반쯤은 그래서 얼마인대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샴페인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샴페인 중에서 추천해 주는 것으로 골랐다. 코스를 알코올 없이 먹기는 나에겐 좀 우울한 일이었기 때문에. 가격은 인터넷 리뷰로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먹고는 있었지만 대부분 한잔에 한화로 약 4~5만 원 정도이니 정신을 집중하자. 다시 한번 복습하는 영어 no thanks.
식전주를 서빙하고 나면 메뉴판을 가져다주신다. 이미 예약할 때 3코스를 먹기로 했는대도 다시 한번 물어보는 것은 왜일까. 뭐 어쨌든 미슐랭 투스타답게 엄청 친절하고 영어도 수준급이다. 물론 나의 영어는 초등학생보다 못하지만.
한입에 먹으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뜨거워서 왜 한입에 먹으라고 한 거죠 라며 투덜거렸다.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명해 줬지만 결국 그냥 감자인대요. 그리고 제공되는 문제의 페스츄리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자체가 빵으로 좀 유명한 편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확실히 따끈하고 버터맛이 강하게 나는 고소한 맛은 있다. 그러나 너무 심각하게 부스러기가 심하다. 우아하게 먹고 싶은대 불가능에 가깝다. 설명하기 어렵네. 아무튼 한입 먹자마자 우수수 수하고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보며 대체 다른 테이블은 어떻게 먹는 거지 하고 힐끔 봤는데 아무도 먹지 않더라.
테이블이 아주 난장판이 되었는데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 대체 저것을 어찌 깔끔 떨며 먹는다는 것인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직원분이 뭔가 빵부스러기 전용 스파츌러 같은 걸로 테이블 위를 슥슥 정리해 주신다. 접시 가져와서 빵부스러기 다 정리해 주고 가는 게 뭔가 생소하면서 부끄럽기도 했다. 맛은 있는대 뭔가 또 흘리면 직원분이 다시 달려올 거 같아서 저쯤에서 식전빵 먹기는 그만두었다.
내가 처음 먹은 트러플이 피렌체에서였기 때문에 트러플에 대한 기준이 좀 높은 편인대 여기 트러플은 상당히 고퀄의 재료였다. 신선하면서 풍부한 트러플 향이 느껴졌다. 함께 제공되는 꽃잎과 프렌치 코스지만 태국 현지 재료를 믹스한 토핑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 날 나온 코스 중에 가장 맘에 드는 메뉴.
이제부터 코스별 선택한 요리가 나오는데 각각 다른 메뉴를 골랐기 때문에 한 번씩 맛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제공된 식전빵은 그나마 빵부스러기가 심하지 않은 무난한 아이였다. 하지만 빵으로 배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맛만 봤다.
자리에 와서 소스를 부어서 완성시켜주는데 프렌치 코스가 맞나 살짝 의심이 가는 태국스러운 맛이었다.
역시 코스의 근본은 관자 아니겠냐며 내가 고른 문어와 관자 요리, 확실히 재료면에서는 월등히 신선한 맛이였다. 저 거품처럼 보이는 건 특제 소스인대 상콤하면서 맛있었다. 본식이 나올 즈음 다시 한번 물어본다. 뭐냐면 와인페어링 ㅎㅎ 이때는 그냥 거절했다. 샴페인 한잔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아니 가격적인 압박감이(...)
생선살이 굉장히 부드럽게 부서졌다. 물론 나는 코스의 근본, 송아지 스테이크를 주문했지.
미디엄으로 굽기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오버 쿡된 느낌이었지만 고기 자체가 부드러워서 맛있게 잘 먹었다. 함께 곁들여진 가니쉬가 특이해서 뭐지 뭐지 하면서 먹은 기억이 난다.
이쯤 되면 긴장이 풀어진 것 같겠지만 치즈박스를 가지고 오신다. 식후 치즈를 먹는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혀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권하게 되는데 알겠지만 치즈를 먹게 되면 와인이 또 마시고 싶어지고 요금도 추가된다. 적당히 배불러서 거절했다. 아직 디저트를 먹지 않았으니까.
서양배 모양의 디저트는 안에 씹히는 식감으로 반쯤 익힌 애플파이와 비슷한 식감의 배가 들어있었다. 적당한 달콤함에 탄수화물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조금 또 놀란 서비스는 디저트를 먹다가 소스를 흘렸는데 바로 테이블보 같은걸 다시 가져다가 깔아줘서 깨끗한 상태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서비스해준다는 점이었다. 괜히 미슐랭 2 스타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니 배가 생각보다 많이 불렀지만 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위의 디저트 외에 제공되는 디저트가 있기 때문. 오빠는 커피를 나는 얼그레이를 주문했다.
특이점은 홍차를 주문하면 뜨거운 물을 직원이 계속 추가로 리필하면서 서빙해 주는 반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이 든 포트를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아메리카노의 농도 조절을 스스로 하게 만든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이런 세심한 배려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예약했을 때 지불한 4000바트를 제외하고 추가로 6887.25바트가 붙었다. 서비스 차지 10%에 부가세 7%라는 후덜덜한 추가 금액이 생각보다 컸다. 팁은 따로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 와인페어링이나 추가 음료를 마셨다면 50만 원은 우습게 넘겼을 것 같기도 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직원분이 나와서 식사가 어땠는지 물어봐주신다. 그리고 나갈 때 선물이라며 작은 박스를 준다. 이 박스 쇼핑백에 담아 주면 더 센스가 넘칠 것 같았는데 그냥 손에 쥐어주셔서 다시 호텔 로비에 가서 살짝 열어봤다.
배불러서 바로 먹지 않았지만 결국 끝까지 먹지 않게 되었다. 뭔가 이래도 되나 싶은 과대포장의 산물 까눌레, 뭐 적당히 아는 맛이니까 괜찮겠지.
미슐랭 2 스타인 것 치고는 가격이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2인 식사에 40만 원대라는 런치 코스 가격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을 반영해 평가할 것 같다. 하지만 미슐랭 파인다이닝의 재미는 아주 뛰어난 맛보다는 식사하는 동안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맛은 솔직히 그냥 평범한 파인 다이닝 수준이지만 재료의 신선도는 확실히 좋다는 게 느껴진다.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빕구르망을 찾아보길 권하고 싶고 미슐랭의 코스요리를 서비스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무난하게 르 노르망디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기념일을 추억하고 싶어서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레스토랑 자체가 연식이 있어서 로맨틱한 분위기 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으니 적당히 고려만 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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