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도 따듯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시원하게 불어서 평일 점심, 직장인 동료들과 브런치를 먹으러 나섰다. 평소 브런치라 함은 주말 느긋하게 일어나서 늦잠 부리며 먹어줘야 할 것 같지만 직장이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에 있기 때문에 오늘은 좀 다르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직장인 을지로3가에서 4가까지 생각보다 꽤 걸어야 했고 이 동네 특징이 정말 여기에 이런 카페가 있는 게 맞아하고 의구심이 강하게 드는 지역인 만큼 주변은 인쇄소와 크고 작은 낡고 오래된 건물 공장들로 가득했다.
지도를 보고 가는대도 솔직히 좀 헤맸던 것은 사실. 다행이 그래도 입구 쪽에 간판은 꽤나 큼지막한 편이다. 알겠지만 을지로 카페들은 간판마저 생략되거나 작아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
뭔가 우리들만 아는 아지트 같은 감성으로 간판을 따라 들어가면 바깥 풍경과는 다른 터널을 지난 것과 같이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듯한 마당에 무심한 자갈이 깔려져있고 작지만 아기자기한 정원 같은 모습의 공간이 드러난다. 지금 보니 저 무심한 우산마저 소품으로 깔맞춤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드네.
맛있는 커피와 브런치가 주력 메뉴여서 그런지 아니 여길 어떻게 다들 찾아 온건지 직장인들이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중에 일부였지만 바깥과는 너무 다른 이질적인 풍경이라 나도 직장인인 주제에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 날 날씨가 좋아서 창문을 활짝 열어 두셨는대 햇빛이 그늘져 들어오는 풍경이 꽤 그럴듯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마당 같은 정원을 지나면 내부 공간엔도 작을 것 같으면서 의외로 테이블이 곳곳에 숨어있는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 소품들이 굉장히 귀엽고 이 카페 주인분이 컬러에 진심이구나 싶은 정돈된 모습에 연신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게 되었다.
음식이 생각보다 좀 느리게 나오는 관계로 직장인 점심 시간에는 어쩌면 적합하지 않은 곳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가끔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도 돈 버는 맛 아니겠는가. 내부 공간을 구경하다가 우리는 이날 햇빛이 좋았기 때문에 바깥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바깥 테이블이지만 위에 반투명한 유리로 된 천장같은 처마가 있어서 비 오는 날 온다면 비가 오는 소리와 기분을 더욱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상상을 해보았다. 뭔가 사진은 어두워 보이지만 흐린 날씨가 절대 아니었음.
가격은 생각보다 양에 비해 좀 있는 편이다. 솔직히 음식은 평범한 편인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소품들을 보는 즐거움의 맛이라고 해야할까. 사진에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한옥의 기와가 있어서 이국적이면서 한국느낌도 있는 공간이었다.
커피맛은 무난한 편이다. 워낙 을지로에 맛있는 카페가 많다 보니 솔직히 특별한 느낌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위에 번트 버터 토스트의 달달한 설탕 코딩과 제법 어울리는 원두의 맛이었던 것 같다. 브런치보다는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기를 추천하고 싶다.
을지로에 방문했는데 햇살이 좋아서 아기자기한 아지트 같은 느낌의 공간에서 카페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볼만하다. 다만 어디서 이 공간이 알려졌는지 점심시간에는 금방 자리가 꽉 차버려서 정말 말 그대로 브런치 시간에 들러야 조금 여유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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