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우연히 발견한 곳인대 을지로 답게 웨이팅이 길 것 같아 방문 일주일 전에 예약한 곳 유즈호, 외관부터가 일본의 작은 주택가에 자리 잡은 듯한 느낌의 간판이 퇴근길 일본으로 공간이동을 한 것 같은 착각을 불어 일으킨다.
여섯 시 삼십 분경에 방문했더니 아직 해가 긴 여름이라 그런지 밝아서 알코올을 넣어주기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이미 유명세를 탄 탓인지 가게 안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밖에 의자는 장식용 같았고 아마 30도를 넘는 날씨에 밖에서 먹기에는 너무 더울 것 같기도. 날씨가 선선해지면 밖에서도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작은 룸 두 개와 여덟 명 남짓 앉을 수 있는 닷지석이 전부였다. 예약할 때 바 자리와 룸 자리가 있었는데 룸 자리보다는 바 자리가 더 일본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바 자리로 예약했지만 3인이어서 그랬는지 룸으로 안내되었다. 사진 찍으면서 노는 우리에게 어쩌면 룸자리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극 I 성격이라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지만 사실은 굉장히 남의 눈치를 보는 편이어서.
메뉴부터가 메인이 일본어로 되어 있고 한글과 영어가 거드는 느낌이였다. 가격을 왜 이렇게 표현한 건지 조금 의아했지만 이것 역시 컨셉이라고 받아들여야겠지. 우리가 한국에서 흔하게 먹는 일본 이자카야의 안주들과는 조금 다른 안주들이 있었다. 메뉴가 귀여운 그림으로 되어 있어서 요리가 어떻게 나올지는 추측할 수밖에. 하이볼에 커피처럼 샷추가가 있는 게 재밌었다.
여기저기 일본 이자카야에서 있을 법한 포스터와 스티커들이 있었다.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글리코상 이미지에 유즈호 캐릭터가 새겨져 있었다.
테이블에 있던 유자후추, 유자시치미, 유자폰즈 (...) 유즈호라는 상호명에 맞게 유자로 이루어진 아이템들이 기본으로 세팅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젓가락이 이렇게 종이에 개별 포장되어 있다는 점. 간혹 서랍형 젓가락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가게들이 있는데 솔직히 위생상도 그렇고 그렇게 된 가게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
이자카야에 왔는데 나랑 같이 온 회사 동료 두 명이 알쓰라서(...) 어쩌다 보니 나만 알코올을 마시게 되었네. 그런데 이렇게 가득 채워주는 하이볼이라니 너무 맘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유자칩 같은 게 기본으로 들어 있었고 우메슈인대도 유자맛이 느껴졌다. 솔직히 내가 알던 우메슈 맛이 아니라서 이거 주문이 잘 못 들어간 거 아닌가 마음속으로 혼자 혼란스러워하긴 했는데 이 것도 나름 상큼하니 맛있어서 내색하지 않고 마셨다는 건 이제 와서야 밝힌다.
이건 정말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기본안주 인 것 같은데 참마 씨앗이 이렇게 생긴 것도 처음 봤고 감자 같은 식감에 짭조름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상큼한 맛이 가미된 감칠맛이 있는 이색 안주였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 치고 굉장히 퀄리티 있는 음식이라고나 할까. 이것만으로도 하이볼 한잔은 문제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식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나오는 편이고 직원분이 일본분인가 라는 합리적 의심이 살짝 드는 한국어 발음(?)이 느껴졌는데 엄청 친절하셨다. 음식이 나와도 먹기보다 사진 찍기 바쁜 우리가 조금 부끄러웠지만.
가스버너도 굉장히 유즈호와 어울리는 노란 귀여움인대 부탄가스 마저 노란색으로 휘둘러서 작은 것 하나에도 허투루 두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런데 이거 너무 귀여운 버너라서 가지고 싶었다.
에어컨이 직방 자리라 아무리 끓여도 안 끓어서 나중에 직원분이 다시 가져가서 끓여다가 내주셨다. 국물은 계속 리필해 주신다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먹진 않았다. 전형적인 일본의 나베 기본 맛이었다. 테이블에 있었던 폰즈에 찍어 먹으면 되는데 우린 처음에 분명 스푼을 줬음에도 이야기하느라 스푼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무식하게 그릇째 그냥 마셨다. 다 먹고 나니 왜 스푼이 보인거지. 면과 쯔쿠네도 추가할 수 있는데 우린 다른 안주도 시켜서 기본만 먹었다. 개인적으로 하이볼과는 조금 안 어울리고 니혼슈랑 먹기에 괜찮은 안주 같다.
일본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흔치 않은 재료인대 모둠구이에 있어서 좋았다. 재료들도 좋았고 가지구이도 맛있었다. 다만 옥수수구이는 맛있는대 먹기가 너무 불편했다. 3명이라 3개인 것은 좋았지만 토리빵은 두 개라 조금 아쉽. 상큼한 하이볼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안주로 추천.
위에 있었던 클리코상 이미지도 그렇고 치킨난방이 있는 걸로 봐서 오사카 느낌이 많이 나는 메뉴들인 것 같다. 기본적인 카라아게에 상큼한 유자와 마요네즈 소스가 좋았다. 이건 하이볼에도 어울리고 맥주랑도 어울릴 것 같다. 사진 보니 갑자기 생맥이 생각나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다가 입장 후 한 시간 반쯤 되는 시간이 되면 직원분이 와서 두 시간제한이라 추가 주문이 있는지 물어보고 간다. 두 시간이면 이자카야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인기 있는 가게이다보다 시간제한이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한다.
언제나 이야기하다 보면 지하철 막차시간을 염려해야 하는 회사 친한 동료 두 명과 함께 즐거운 시간과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요즘 회사 스트레스가 많지만 그래도 항상 함께 일하는 마음 맞는 동료들이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이렇게 맛집도 함께 와주고 말이다.
을지로에서 가깝게 일본을 느끼고 싶다면 예약 후 방문을 추천해보고 싶다. 알코올을 잘 못 마셔도 무알코올이 준비되어 있으니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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