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 왔다면 스프카레 만큼이나 여행객이라면 먹게 되는 음식이 징기스칸 일 것 같다. 징기스칸은 홋카이도 지방의 양고기를 말하는데 왠지 이름 때문에 몽골이 생각나지만 그와 연관성은 전혀 없다는 게 함정이다.
삿포로가 워낙 겨울에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지형이라 양털을 많이 쓰다보니 거기의 부산물로 양고기를 먹기 시작했다는 게 거의 정설에 가깝다. 피렌체에 소가죽공방이 많아 티본스테이크가 유명해진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삿포로에서 가장 유명한 징기스칸 맛집은 아마 다루마(だるま)일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다루마를 가려고 했었다. 삿포로의 최대 번화가 스즈키노의 징기스칸 밀집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 다루마 체인이 무려 3개나 밀집해 있다. 다루마 본점, 다루마 4.4, 다루마 5.5 이 구글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가깝게 있는데 다섯 시 반쯤에 도착했음에도 대기줄이 어마무시했다. 다루마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최소 한 시간은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인파였다.
오래 대기하고 싶지가 않았고 이 일대가 모두 징기스칸 가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루마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징기스칸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직 여섯 시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라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방문하게 된 곳이 유키다루마(雪だるま) 웬지 다루마에 줄 서기 실패한 사람들이 가는 곳 같아 보이겠지만(어느 정도 사실임) 마츠오 맛집 명단에 소개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평균 이상은 하는 곳이다.
유키다루마는 오픈형 주방에 바 자리가 주를 이루고 있고 약간의 4인석 테이블도 있지만 2인이 방문했기때문에 바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입장하면 저 손 씻는 곳 주변의 대기자리에서 잠깐 기다렸다가 자리가 정리되면 안내받는 형식이다.
여기 캐릭터가 삿포로답게 눈사람에 양고기를 굽는 철판을 쓰고있는 모습이라 곳곳에 이런 귀여운 눈사람을 볼 수 있었다. 의사소통은 일본어 외에 전혀 안되긴 하지만 한글 메뉴판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아마도 한국인도 종종 방문하기 때문인 듯)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처음에 일본어 메뉴판을 받았었는데 양고기 부위는 아무래도 어려워하자 한글 메뉴판을 친절하게 찾아 주었다. 문제는 한글 메뉴판을 봐도 양고기 부위는 나에게 너무나 어려웠다는 것.
주변을 보니 하프세트를 기본으로 많이 시키는 것 같아서 곁눈질하면서 여러가지 주문해 보았다. 여기는 관광객보다는 일본 현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많이 들르는 분위기였다. 놀랍게도 가격대가 있는 양고기를 혼자 와서 즐기는 셀러리맨들이 꽤 있었다고나 할까.
삿포로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 일본 고기집에 가면 무조건 생맥주부터 시키는 것이 국룰이다. 일본의 이자카야나 고깃집에는 오토시(お通し)문화가 있는대 일종의 자릿세라고 할 수 있다. 자릿세가 없는 가게들도 많지만 있는 가게가 더 흔한 편이고 이 오토시에는 기본 안주격인 웰컴(?)안주가 제공된다.
굳이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에다마메(풋콩?)를 제공했다. 이자카야에 가면 보통 500엔 전후로 판매하기도 하는 서민적인 안주인대 우리나라 이자카야에서는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는대 일본이니까 어쩔 수 없지. 유키다루마의 자릿세는 인당 330엔이였다.
일본 답게 야채나 반찬류도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처럼 기본 세팅이 푸짐하게 나오는 나라는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김치를 주문하고 싶었는데 이 날 품절이라고 해서 당황했다. 그래도 뭔가 양고기만 먹으면 느끼할 것 같아서 절인 오이를 주문하기로 했다. 양고기와 곁들일 구울 야채도 함께 주문했는데 별도 금액이지만 어쩐지 주문하지 않으면 꼭 주문하라고 안내해주기도 한다.
김밥천국 같은 곳에 가면 그냥 주는 반찬같이 생겨가지고 몇조각 되지도 않지만 480엔이다. 그런데 의외로 느끼함도 가시게 해 주고 달짝지근한 냉면에 들어있는 오이 같은 맛이라고 해야 되나. 그래서 두 접시나 먹었다는 게 함정이다. 바꿔 말하면 오이를 만원 어치나 먹었다는 소리다.
숯이 들어간 철판이 세팅되면 달궈질 동안 양고기를 적셔먹을 소스를 셀프로 만들어 보고 메뉴를 다시 한번 정독했다.
사진에는 커보이지만 굉장히 작은 사이즈다. 구우면 한 점이 한입거리가 되는 사이즈라고나 할까. 당황하지 말고 다양하게 시켜보자. 다시 한번 곁눈질해 보니 다들 2인분씩 주문하는 분위기다. 주문하기 전에 눈치챘다면 좋았을걸.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한 개씩 시켰지만 부위별로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하프 세트는 나중에 1인분 더 추가해서 먹었다.
양고기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신선했고 윤기가 흐르는 재질이라고 해야되나. 한국에서 먹던 양고기보다 확실히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느낌이었다.
2인이서 3인분쯤 먹었을쯤 희소부위 메뉴에 있던 양설 부위가 궁금했다. 일본은 소혀를 고기집에서 기본으로 먹는 부위라 우설은 많이 먹어봤는데 양설 부위는 파인다이닝이 아니고서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도전 정신으로 주문해 봄.
생각보다 두껍게 썰어줘서 조금 당황했지만 굽고 나니 너무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였다. 그런데 양 혀가 이렇게 두꺼운 것이었나. 조금 혼란이. 어쨌든 고기 질이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라서 괜찮았던 것 같다.
계산은 자리에서 이루어지는데 보기드물게 수기로 작성되어 있어서 계산해 달라고 요청하면 이렇게 한 땀 한 땀 적어주신다. 오랜만에 이렇게 수기로 적은 계산서를 받아 보는 것 같다. 내역을 보니 둘이서 약 십만 원어치를 먹은 것 같은데 이 정도 퀄리티라면 적당한 가격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유키다루마는 현금으로만 계산된다.
가게가 크지 않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대기시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순환이 빠른 곳이고 관광객보다는 현지 직장인들이 혼자서 혹은 둘이서 많이 오는 가게 인 것 같다. 연기가 많다는 평도 있는데 고기집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편이었고 양고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고기 외 사이드 메뉴가 조금 부실한 편이고 직원이 단 둘인대 둘이서 서빙과 고기 준비 등 모든 것을 다 하기 때문에 사람이 몰리면 내 주문이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이밍을 잘 잡아서 메뉴를 한 번에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리에 안내되기 전까지는 조금 차가운 것 같지만 일본어를 할 줄 알면 굉장히 친절한 느낌이다.
현지 로컬의 징기스칸 분위기와 신선한 양고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가볼 만하다. 그런데 경험상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이런 로컬 징기스칸집들이 많은 편이어서 유명한 다루마에 줄 서기가 부담스럽다면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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